“업무 공간의 디지털 전환, 결국 ‘현실성’이 관건입니다”

2023-07-03

“지난 2~3년간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했다 자취를 감췄다. 이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통하지 않은 건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오비스(oVice)는 기업에 디지털 업무 공간을 판매하는 가상 오피스 플랫폼 회사다. ‘코로나19’ ‘재택근무’ ‘메타버스’ 같은 키워드가 한창이던 2020년 설립됐다. 일본에 먼저 진출해 가상 오피스 시장 90%를 차지한 뒤 국내로 넘어왔다. 현재까지 글로벌 고객사 4,000여 곳이 오비스를 통해 가상 오피스를 구축했다. 유료 이용자만 18만 명에 이른다.


오비스는 원격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됐다. 가벼운 대화부터 화상 회의, 미팅까지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든 소통을 지원한다. 웹 접속만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로딩을 최소화 했다. 요컨대 협업툴과 메타버스 플랫폼 중간쯤 위치한 서비스다.

오비스로 구축한 가상 오피스 모습 (사진=오비스)

오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미래 업무 툴로 주목을 받았다. 호라이즌 월드(메타), 제페토(네이버Z), 로블록스, 더 샌드박스, 게더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조만간 모두가 디지털 공간에서 일하게 될 것 같았고, 당장 VR 기기를 사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메타버스 열기는 식었고, 이들은 조용히 본진(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복귀했다.

오비스가 치열한 가상 오피스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던 건 철저히 비즈니스 툴로써의 정체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공간에 현실성을 부여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정세형 오비스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언젠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근무자가 자유롭게 협업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 봤다. 이를 염두에 두고 오비스를 만들었다. 3D 대신 2D를 택한 것도, 최대한 현실과 유사하게 작동하도록 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과 연계하기 쉽도록 말이다.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은 달랐다. 마치 모든 업무가 100% 온라인으로 바뀔 것처럼 굴었다. 화려함과 기술력,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비즈니스 시장의 요구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던 셈이다”

올해 들어 많은 국내외 대기업이 ‘사무실 복귀’를 선언했지만,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는 코로나19의 흔적이 영구적으로 새겨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말 전 세계 지식 근로자의 39%(전년 대비 2%p 증가)가 하이브리드 형태로 근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브리드는 주 1회 이상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전면 원격 근무는 감소하더라도 재택 근무 비율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이야기다.

기업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온∙오프라인에서 각기 일하는 직원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적당한 업무 툴은 무엇인가? 애초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고배를 마셨는데 재택 근무를 지속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지난달 정 대표를 서울 코엑스 한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 대표는 평소 일본 자택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소화한다. 지난달 '하이브리드 워크 2023' 행사에 연사로 초청 받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생산성 두 배 향상… 인재 채용도 쉬워져

Q. 기업 입장에서 ‘플렉시블 워크(정 대표는 온오프라인 장벽이 없는 근무 형태를 이렇게 표현했다)’는 왜 필요한가요?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동 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이 사라져요. 단적인 예로 저는 오늘 (인터뷰를 포함해) 오프라인 일정 3개를 소화했는데, 평소처럼 오비스를 이용했다면 미팅을 15개 넘게 처리할 수 있었을 겁니다. 또 출퇴근 시간을 본인 사이클에 맞출 수 있어 직원의 업무 효율이 증가하고요. 기업 입장에선 오프라인 사무실을 유지하는 데 드는 각종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Q. 새로운 근무 형태에 적응하느라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지지는 않을까요?

네, 도입 초반에는 생산성이 하락합니다. 새로운 툴과 근무 환경에 대한 적응 기간이죠. 하지만 이 과정을 잘 견디면 생산성이 두 배 가까이 오릅니다. 여기에 약 1~2년 걸립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기업이 적응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해요.

Q. 플렉시블 워크가 특별히 더 적합한 업종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팬데믹 동안 재택 근무를 실시한 곳이라면 모두 적합하고요.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일본의 한 철강 기업이 오비스를 도입했는데요. 활용 방식이 인상적이에요. 모두 출근은 합니다. 하지만 업무 보고 같은 걸 오비스로 해요. 제철소가 전국 여러 군데에 퍼져 있다보니 원래는 일일이 전화로 보고를 받았는데, 통화에는 한계가 있었대요. 그런데 이걸 오비스로 전환하니까 업무 공유가 간편해졌다는 겁니다. 본사 직원이 제철소 현장으로 파견 나가는 번거로움도 많이 줄었고요.

Q. 지부가 많은 기업일수록 유사한 효과를 보겠군요. 생산성 말고도 장점이 있나요?

인재 채용이 쉬워집니다. 직원의 거주지나 근무 시간대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오비스도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고요. 직원의 이사나 복직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보통 직장인의 거주지는 회사 위치에 따라 결정되잖아요. 그런데 플렉시블 워크가 도입되면 더 이상 ‘회사 근처’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겁니다. 더 다양한 조건의 인재가 기업의 채용 물망에 포함되죠. 사실 기업 입장에선 이 부분이 생산성보다 더 중요한 장점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연결하는 ‘공간’이 관건

정 대표는 실제 오피스와 같은 업무 경험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택 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소통의 불편함이 계기가 됐다. 진짜 사무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오비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실제 사무실을 본 딴 가상 오피스. 작은 동그라미가 직원의 아바타다. 원하는 장소를 클릭하면 이동할 수 있다(사진=오비스)

Q. 어떻게 ‘사무실에서 일하는 듯한 감각’을 제공하나요?

공간이 핵심입니다. 오비스에선 실제 사무실과 동일한 2D 업무 공간을 디지털로 구축할 수 있어요. 직원은 이 공간에 머무르며 서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사실적인 인터랙션 기능도 추가했어요. 아바타가 서로 가까워질수록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방향성이 있어 서로 등을 돌리고 있을 땐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도록 했죠. (더 자세한 오비스 기능은?)

Q. 소통은 화상 회의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화상 회의로는 화면이 켜 있을 때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화면이 꺼지면 소통도 끝나죠. 그런데 실제 사무실에서는 그렇지 않잖아요. 미팅이 끝난 후에 가벼운 잡담을 나눌 수도 있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꼭 서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더라도 누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여기서 좋은 긴장감이 발생해 업무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해요.

이건 툴의 성능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함께 일하는 ‘공간’이 있느냐 하는 문제죠. 공간이 생기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일어납니다. 디지털 업무 환경에서 우발적인 소통이 발생할 수 있다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겠죠.

Q. 수많은 메타버스 플랫폼도 사실적인 공간을 만들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습니다.

일단 업무용으로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하고 개발된 탓에 지나치게 무겁고 화려했으며 기능과 재미에만 치중했습니다.

요컨대 공간이 중요한 건 맞지만, 비즈니스에 방해가 되면 안됩니다. 오비스를 2D로 만든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3D 플랫폼은 디바이스에 의존합니다. VR 기기나 고사양 컴퓨터가 필요하죠. 인터넷 환경도 좋아야 하고요. 원격 근무 특성상 집이든 스타벅스든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될지 모르는데, 이런 조건을 항상 충족할 수는 없죠. 하루 8시간 기기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할 테고요.


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 모습 (사진=메타)

게다가 오프라인과의 연계가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앞으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과 원격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함께 뒤섞여 일할 수 있는 플랫폼이 더욱 필요해질 겁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현실과 유사한 법칙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업무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요. 처음부터 플렉시블 워크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겁니다.

Q. 그럼 오비스는 현실의 법칙을 완벽히 구현했겠군요.

꼭 그렇진 않아요. 업무에 불필요한 건 뺐어요. 예컨대 이동은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가능해요. 게더타운처럼 아바타가 직접 걸어가야 한다면 그만한 시간낭비가 없죠.

Q. 온오프라인의 연계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몇 가지 기능을 도입했어요. 우선 현실 사무실 직원의 실시간 위치를 가상 오피스에 나타낼 수 있도록 비콘 기반의 위치정보서비스를 도입했어요. 오비스 모바일 앱을 통해 직원의 위치가 아바타로 표시돼요. 서로 위치를 아는 게 연결의 시작점이죠.

또 가상 오피스에 설치된 ‘화이트보드’는 현실에 존재하는 화이트보드와 연동됩니다. 덕분에 원격 근무자도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처럼 현실감 있는 회의와 협업이 가능해요.

오비스의 창문 기능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직원의 우발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정 대표는 기대한다(사진=오비스)

마지막으로 ‘창문’ 기능은 현실의 업무 공간과 가상 오피스를 직접 연결합니다. 창문은 현실 사무실에 설치된 큰 모니터를 말해요. 여기서 가상 오피스 속 직원과 현실 직원이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에 거주하는 직원이 일본 사무실에 있는 직원 아바타에게 말을 걸어 ‘잠깐 창문에서 보자’고 하면 일본 직원이 직접 창문이 설치된 곳으로 걸어가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죠.

Q. 마지막에 말씀하신 창문 기능은 그냥 화상 회의 기능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한 화상 회의 기능을 넘어 ‘우발적인 만남’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앞서 약속을 잡는 상황을 예로 들었지만, 창문을 항상 ‘개방’해두면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끼리 서로 마주칠 수 있는 거죠. 우리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듯, 이 모니터가 현실과 가상을 잇는 일종의 ‘차원의 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앞으로 오비스는 어떤 플랫폼이 되고자 하나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없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현실 직원과 가상 오피스 속 직원이 화장실을 오가다 우연히 마주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올해 들어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동력이 꺾였다. 단순히 재택 근무가 감소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소통과 협업이라는 업무의 본질적 요소를 놓치고, 사실적인 체험을 구현하려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재미는 있었지만, 업무에 써먹기엔 다소 비대했다.

오비스는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플랫폼이다. 메타버스 시대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비즈니스 소통’ 하나는 완벽하게 제공하겠다는 포부가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이들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모든 기능은 현실과 디지털을 연결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하이브리드 워크(정 대표 표현을 빌리면 플렉시블 워크)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비즈니스 영역에 국한하자면, 당장 도입할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조작이 쉬우며 무엇보다 현실과 연계하기 수월한 플랫폼이 먼저 선택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차례 좌절을 겪은 메타버스 플랫폼 회사들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때다.

(출처: https://ditoday.com/%ec%97%85%eb%ac%b4-%ea%b3%b5%ea%b0%84%ec%9d%98-%eb%94%94%ec%a7%80%ed%84%b8-%ec%a0%84%ed%99%98-%ea%b2%b0%ea%b5%ad-%ed%98%84%ec%8b%a4%ec%84%b1%ec%9d%b4-%ea%b4%80%ea%b1%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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